골퍼의 허상 – 180m 나가면서 6S 쓰는 이유를 말해줄 사람?

골퍼의 허상 – 180m 나가면서 6S 쓰는 이유를 말해줄 사람?

180m 비거리면 아마추어 기준으로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거리의 골퍼가 왜 6S 샤프트를 쓰는 걸까요? 이건 단순한 선택 같지만, 실제로는 스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캐디로 필드에 나가 보면 다양한 샤프트 조합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력과 장비가 따로 노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거리 대비 과한 샤프트’입니다.

비거리와 샤프트 강도, 맞지 않으면 독이다

샤프트가 강하면 무조건 좋은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6S, 7S 등 투어급 샤프트는 빠른 헤드스피드와 강한 손목 힘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아마추어 골퍼가 쓰기엔 무겁고, 공이 뜨지도 않고, 결국 거리 손실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180m 비거리의 골퍼가 6S를 쓰는 경우, 슬라이스가 심해지고, 스윙이 경직되며, 샤프트의 반발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오히려 5번보다 7번 아이언이 더 나가는 현상까지 벌어집니다.

그 선택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많은 골퍼들이 유튜브, 리뷰,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S 샤프트=고수용’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또 주변에서 “이 정도 치면 S 써야지”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는 반복성과 스피드가 전제된 존재라는 점입니다.
S나 X 샤프트는 그런 기본기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도구지, 무작정 따라하면 오히려 스윙 리듬만 무너집니다.

골퍼의 입장, 이해합니다

골퍼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추천받았거나, 느낌이 좋아서 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전보다 비거리가 늘어난 것 같은 착각도 들었겠죠.

하지만 캐디 입장에서 보면 결과는 명확합니다.
볼이 뜨지 않고, 거리도 줄고, 백스핀도 줄어들며, 무엇보다 필드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내가 초보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강한 샤프트를 고수합니다.

실제 경험 – 그라파이트로 바꾸면서 벌어진 일

저 역시 스틸 아이언을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7번 아이언 기준으로 140m가 평균 거리였고, 라운드 막바지가 되면 손과 어깨가 무거워지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라파이트 샤프트로 바꾸고 나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7번으로 160m까지 무리 없이 쳤고, A로 120m를 안정적으로 보내게 되면서 클럽 선택의 자유도도 커졌습니다.

유틸, 우드, 드라이버도 모두 R 샤프트로 바꾸니 거리는 늘고, 방향성도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피로도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대부분의 파4 홀에서 드라이버로 240m 이상 보내고 나면, 세컨샷이 120m 이내로 남으니까, 긴 아이언의 부담이 사라졌죠.

그라파이트의 장점은 단순한 비거리 향상이 아니라 ‘편안함’에 있습니다.
라운드 전체를 통틀어 안정적인 스코어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 선택이, 실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초보 캐디의 시선 – 말하고 싶지만 못 말하는 진실

초보 캐디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매우 난감합니다. 공이 뜨지 않는데 클럽 탓을 하고, 방향이 안 맞는데 바람 탓을 하죠. 하지만 실상은 너무 강한 샤프트가 클럽의 반응을 억제하고 있는 겁니다.

말을 꺼내면 손님이 기분 나쁠까봐 꾹 참게 되지만, 속으로는 수십 번 외칩니다.
“지금은 클럽이 잘못됐어요….”

물론 캐디는 ‘말을 줄이고 맞춰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캐디는 골퍼의 스타일과 습관, 플레이 흐름을 살피고, 자연스럽게 클럽 선택을 유도하는 역할도 합니다. 무조건 다 맞추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골퍼가 진짜 멋있다

골프는 자기를 돌아보는 게임입니다. 장비가 화려해도, 샷이 안 되면 결국 스코어에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스윙 리듬과 샤프트 강도, 클럽 무게까지 자기에게 딱 맞출 수 있다면, 실력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그리고 그런 골퍼는 캐디가 봐도, 골퍼가 봐도 모두가 인정하게 됩니다. 진짜 멋은 자기 실력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데 있습니다.

왜 이런 선택이 더 많은 골퍼에게 필요한가?

“내가 그 정도 치니까 S 써야지”라는 말이 무의미하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정도 친다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지입니다.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체력과 리듬, 라운드 전략에 맞는 샤프트 선택이 진짜 실력입니다.

장비는 자존심이 아닙니다. 장비는 플레이를 보조하는 수단입니다. 더 강한 장비를 쓴다고 더 나은 골퍼가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나에게 맞는 장비를 고르는 능력이 진짜 실력입니다.

샤프트 선택, 스코어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많은 골퍼들이 “어차피 스코어만 잘 나오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스코어를 망치는 게 바로 ‘무리한 장비 선택’입니다. 특히 주말 골퍼는 주중에 운동할 시간도 부족한데, 무거운 샤프트로 풀 라운드를 치는 건 체력 낭비일 수밖에 없습니다.

캐디 입장에서 보면, 잘 맞는 R 샤프트보다 무리한 S 샤프트를 고집하는 골퍼들이 오히려 자주 실수합니다. 초반엔 괜찮아도 후반이 갈수록 방향성, 탄도, 집중력 모두 떨어지니까요.

결국 180m를 S로 자랑스럽게 치는 것보다, 170m를 R로 안정적으로 치는 골퍼가 더 완성형입니다.

 


📌 3줄 요약

  • 강한 샤프트는 체력과 기술이 따라야 실전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 그라파이트나 R 샤프트는 거리와 방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입니다
  • 장비는 실력을 보조하는 것이며, 자존심이나 과시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오늘의 골프 퀴즈

Q. 샤프트의 강도는 어떤 요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요?

  • A. 공의 회전 수
  • B. 클럽의 무게
  • C. 스윙의 타이밍과 리듬
  • D. 볼의 색깔

정답: C. 스윙의 타이밍과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