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레스 30초, 그건 집중이 아니라 자기만족이다
“프로도 오래 걸려요”
이 말을 들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죠. 투어 프로들도 때로는 어드레스에만 20초 이상을 쓰고, 샷 루틴도 꽤 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가 아닙니다. 그 점이 핵심입니다.
프로는 느리게 쳐도 결과가 좋습니다. 실제로 그 긴 루틴은 철저한 훈련 속에서 샷의 정교함을 끌어내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어떤가요? 어드레스 30초, 루틴 20초, 두 번의 백스윙 연습. 그리고 나가는 샷은 슬라이스 혹은 뒷땅입니다. 이건 집중이 아니라 자기만족입니다.
어드레스가 길어지는 진짜 이유
초보 캐디 입장에서 보면, 어드레스가 긴 골퍼들은 대체로 결정오류에 가깝습니다. 클럽을 바꿔 쥐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공을 보다가, 멀리 한 번 보고, 다시 클럽을 바꿉니다. 그리고 또 공을 보죠. 긴장되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30초 안에 실질적인 준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루틴은 반복될수록 짧아져야 합니다.
실제로 잘 치는 골퍼일수록 루틴이 짧고,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합니다. 클럽을 잡고, 타겟을 정하고, 어드레스에 들어가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죠. 긴 루틴은 오히려 자기 불안을 이기지 못하는 리추얼에 가깝습니다.
뒤 팀을 생각하지 않는 30초
한국 대부분의 골프장은 티업 간격이 7분입니다. 4명이 한 팀이고, 한 명당 평균 샷 수가 90개라면, 팀당 샷 수는 360개에 달합니다. 그중 단 1초라도 늘어날 때마다 뒤 팀은 점점 더 밀리게 됩니다. 특히 한 사람이 티샷, 세컨샷, 어프로치, 퍼팅까지 모두 30초씩 쓴다면 한 홀에만도 수 분이 더 걸리는 셈입니다.
가끔은 “내가 돈 냈는데, 내 시간에 치면 안 되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돈 내고 오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30초가 뒤 팀의 10분을 빼앗고 있다면, 그건 자기 권리만 생각한 골프입니다.
캐디의 속마음 – 빨리 치세요, 라고 말 못합니다
초보 캐디일수록 가장 어려운 순간이 바로 느린 골퍼를 재촉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좀 빨리 쳐주세요”라는 한마디는 자칫 불쾌하게 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속으로만 수십 번 말합니다. '제발 좀 치세요...' 라고요.
더군다나 앞 팀은 비었고, 뒷 팀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 그 압박은 고스란히 캐디에게 전해집니다. 나중에 후반 들어가면서는 말도 줄어들고, 리액션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캐디의 활기 없음은 당신의 느림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골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물론 골퍼 입장에서는 잘 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어드레스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 30초 동안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진짜로 스윙을 분석하고 타겟을 점검하고 있나요? 아니면 그냥 마음을 다잡고 있는 건가요?
잘 치는 사람일수록 행동에 집중하고 결과를 내려놓습니다. 반면, 루틴이 긴 사람일수록 결과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 루틴을 바꾸려 합니다. 하지만 골프는 짧고 단단한 리듬의 스포츠입니다. 1초 안의 리듬이 스윙을 만들고, 흐름을 유지하게 합니다.
짧고 단단한 골프의 시작
30초를 15초로 줄여보세요. 준비는 미리 끝내고, 샷에만 집중하는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캐디는 더 활기차게 도와줄 것이고, 뒷 팀도 더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스코어는 오히려 좋아질 수 있습니다.
어드레스는 길게 할수록 좋다는 환상을 이제는 버릴 때입니다. 그건 집중이 아니라, 결정 못하는 자신을 설득하는 자기만족일 뿐입니다.

📌 3줄 요약
- 어드레스 30초는 집중이 아니라 불안의 반복일 수 있다
- 프로와 아마추어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 우리는 프로가 아니다
- 당신의 30초가 뒤 팀의 10분을 앗아간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오늘의 골프 퀴즈
Q. 샷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를 한 뒤, 준비 시간이 40초를 넘으면 어떤 벌이 있을까요?
- A. 벌타 1타
- B. 경고
- C. 로컬룰에 따라 처리
- D. 공식 대회에서는 시간 초과로 벌타 ✅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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